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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작성일| 2014-04-21 13:04:15 조회수| 26174

겨우내 주검처럼 잠자던 땅위로 푸른 기운이 스물 스물 올라붙더니 성급한 개나리가 노랗게 만개한다. 뒤질세라 매화가 곳곳에 예쁜 자태를 뽐내며 미소 짓는다. 껑충한 목련이 함박웃음으로 가지마다 꽃을 피우니 산마다 연초록으로 채색을 시작한다. 때 맞춰 경마공원은 벚꽃축제로 봄 속에 경마를 즐기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

그렇게 4월은 봄의 잔등에 올라 앉아 꽃향기를 깊이 들여 마실 쯤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첫 주 경마를 끝낸 화요일 밤 갑자기 쓰러져 119에 실려 모 병원 응급실을 거쳐 의식 불명 인 채 중환자실에 있다는 비보를 접한다. 건강했던 그가 갑자기 쓰러지다니 햄머로 뒤통수로 맞은 듯 큰 충격을 받는다. 이튼 날 부랴부랴 면회시간에 맞춰 찾았더니 다행히 빠른 병원후송과 응급처치로 회복됐다.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일주일 가료 후 무사히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 온 친구의 목소리를 확인하며 4월은 봄 속으로 더욱 깊숙이 몸을 빠트리며 중간 허리를 돌며 둘째 주 경마를 마친다. 4월 16일 아침 ‘세월호’의 침몰사고를 뉴스로 접할 때 까지만 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승객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는 쾌보가 뒤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오보였음이 알려지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비통 속으로 빠져든다.

천재지변 앞에 개미처럼 변하는 인간이지만 인재 앞에 속수무책으로 승객 174명 구조 후 297명의 실종자는 사망자로 변하는 아픔 위를 나날, 나날이 발을 구른다. 4월은 잔인한 얼굴로 변한다. 누가 4월에 만개한 봄꽃을 아름답다 노래했던가.

“1.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 라일락을 꽃피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었나니,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주며,

여름은 우리를 급습해왔다.

스타른베르거호수를 건너 소낙비를 가져와

우리는 회랑에 머물렀다가

햇볕이 나자 호프가르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이나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인이 아니고, 리투아니아 출신 순수한 독일인이에요

어릴 적 내가 사촌인 대공집에

머물렀을 때 사촌이 날 썰매에 태워 줬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사촌이 소리쳤죠.

마리, 꼭 붙들어, 그리곤 미끄러져 내려갔어요.

산에선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요.

밤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가지요.

움켜잡은 뿌리는 무엇이며,

어떤 가지가 이 돌투성이 쓰레기 속에서 자라나는가?

사람의 아들이여,

너는 말도 추측도 할 수 없다.

너는 그저 부서진 우상더미밖에 모르기에,

거기엔 해가 내려쪼이고,

죽은 나무는 그늘을 만들지 않고

귀뚜라미의 위로는 없으며

메마른 돌엔 물소리조차 없다.

다만, 이 붉은 바위 밑에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 밑으로 오라).

그러면 나는 아침에 네 등 뒤에 성큼성큼 걸어오는

네 그림자나, 저녁 때 너를 마중 나오는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 티끌이 지닌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신선이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우리 님은 어디 있느뇨?

"일년 전 처음으로 당신이 내게 히야신드를 줬기에

모두들 나를 히야신드 아가씨라 불렀어요."

-- 그러나 우리가 늦게 히야신드 정원에서 돌아왔을 때

네팔은 꽃으로 가득했고,

머리는 젖어있었으며,

나로 말하자면

말할 수도 없고 눈은 안보여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다만 빛의 핵심, 정적을 들여다 보았다.

바다는 황량하고 쓸쓸하여라.

소소스트리스 부인은 유명한 천리안,

심한 감기에 걸려 있는데도

유럽 제일의 점장이란 평판으로

사악한 트럼프 한벌을 가지고 있었다.

자, 이것이 당신의 카드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에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보세요!)

이것은 벨라돈나, 암석의 부인,

부정한 여인이에요.

이것이 애꾸눈 상인,

그리고 아무 것도 안 그려진

이 카드는 이 상인이 등 뒤에 짊어진

무엇인데 내가 보면 안돼요.

그 교살된 남자를 못찾겠는데요.

수사를 조심하세요.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것이 보여요.

감사해요, 혹시 에퀴튼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는 내가 가져간다고 말해 주세요.

요즘에는 아주 조심해야만 해요.

유령같은 도시,

겨울 새벽 갈색 안개 속을

런던다리 위로 사람들이 흘러갔다,

이렇게 많이

이렇게도 많은 사람을 죽음이 파멸시켰으리라고는 생각못했다.

짧은 한숨을 이따금 내쉬며

각자 자기 발 앞을 주시하면서,

언덕을 올라가서 킹 윌리엄거리로 내려가

성 마리 울노스 성당의 종이 무거운 소리로

아홉 시의 마지막 일타를 치는 쪽으로 향해 간다,

거기서 나는 친구를 하나 발견하곤 소리쳐 그를 멈추게 했다

"스테트슨!

자네하고는 밀라에 해전 때 같은 배에 타고 있었지!

지난해 자네가 정원에 심은 시체는

싹트기 시작했나? 올해는 꽃이 필까?

혹은 갑작스런 서리로 묘판을 해쳤나?

오, 개를 멀리하게, 그 녀석은 인간의 친구지만,

그러지 않으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치고 말거야!

"그대 ! 위선적인 독자! -- 나의 동류, -- 나의 형제여!" “

T.S.엘리어트의 ‘황무지’중에서

오늘로 세월호가 침몰한지 엿새째다. 온 국민이 애타게 단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길 기도하지만... 대한민국은 6.25전쟁 참변 이후 가장 아픈 날을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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