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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로 재등장하는 박을운 기수

작성일| 2017-09-15 15:47:14 조회수| 416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어느 분야든 하는 일에 만족해서 늘 즐거운 기분으로 일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일에 언제나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그런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느 분야의 일을 하든지 얼마간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것을 극복하고 중간에 포기 없이 끝까지 가는 것도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 쉽지 않다. 어느 직업을 선택하든 크고 작은 위험이 늘 따르겠고 경쟁 또한 따르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 같다.

 

직종에 따라서 좋고 나쁜 점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두 가지 조건은 상존하며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의 사람들이 끝까지 가는 것이다. 특히 기수란 직업은 희소할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위험이 늘 뒤따르며 경쟁 또한 심한 직업이다. 어느 분야에나 같은 시기에 일을 시작해도 끝이 늘 다르듯이 기수도 같이 교육을 받고 같은 날에 주로에 수습기수로 나서지만 몇 년 후 또는 몇 십 년 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선다.

 

2001년 7월 20기로 같이 출발한 심승태, 문세영, 유상완, 유재필, 윤대근, 이동국, 이성환, 이금주, 이신영, 전덕용, 정기용, 조경호, 최범현, 허재영, 김영진 등 15명이 17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서울경마장 정상의 기수로 우뚝 선 문세영이 있는가하면 심승태, 이신영, 허재영은 조교사로서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그런가하면 이동국, 최범현 이 현역 기수로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그 외 9명은 이유야 어찌됐든 동종 업계에 또 다른 일을 하거나 아주 멀리로 경마장을 떠났다. 절반도 넘게 떠난 걸 보면 견디기도 힘들겠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도 힘든 직업인가 보다. 기수가 되려면 강한 체격보다 앞서 강한 정신이 뒷받침됐을 때 성공한다.

 

드러나지 않고 중간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는 이들이 있기에 경마의 변방을 지켜 준다. 문세영, 이동국, 최범현과 심승태, 이신영, 허재영이 경마의 중심을 구축했다면 그 외 아홉은 경마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지만 나름대로 변방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과 함께 경마를 지켜간다. 지레 지쳐 일이라면 금방 실증이 나 그만 두고 다른 것에 기웃거리며 평생을 헤매다 끝내기도 한다. 그들도 사실 세상을 떠받치는 한 축임에 분명하다. 양지가 있으려면 음지가 같이 있어야한 것처럼... 경쟁에서 결코 지지 않고 이겨서 상위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문세영과 이신영은 각기의 자리에서 대찬 모습을 보이며 경마의 중심에 있다.

 

그들은 경마를 이끌을 뿐 아니라 모양까지 그들의 생각대로 바꿔갈 수 있다. 팬들은 그들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고 심지어 경마의 영웅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경마의 역사를 쓰는 것은 그들이 분명하지만 팬들 대다수는 그들만의 힘으로 경마를 끌고 간다고 믿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고 중간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는 기수과 조교사들이 많기 때문에 팬들이 경마장을 찾는다. 다만 맨 앞에 서서 팬들의 의중을 읽고 열심히 달려 주는 그들이 있기 때문에 팬들은 어떤 확신 속에 즐겁게 경마를 즐길 수 있다.

 

20기보다 2년 앞서 1998년 데뷔한 18기의 열 명, 김동균, 함완식, 이종섭, 황순도, 문정균, 박을운, 강태현, 이주용, 박명진, 강지웅 등도 같은 날 수습딱지를 붙이고 출발해 1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김동균은 조교사로 탄탄하게 자리를 굳혔고, 함완식, 황순도, 문정균, 박을운은 중견기수로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고 있다. 딱 절반이 중심이거나 변방에 그대로 있다. 가운데 함완식은 특급기수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조교사들마다 그를 정답게 불러 준다. 반면 동기생인 문정균과 황순도 보다는 기승기회를 많이 얻고 있는 박을운까지 세명은 경마의 변방을 마다않고 소리 없이 자리를 지켜간다.

 

그러던 박을운이 욕심이 생겼나 지난 8월부터 급격히 성적이 좋아진다. 박을운(2706전(318/319/276)이 드러나지 않고 중간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가는 기수였는데 갑자기 조교사들과 팬들의 눈에 잘나가던 수습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18기동기 중 함완식(5288전662/671/611)기수에 비하면 승수가 절반도 못 미치지만 문정균이나 황순도에 비하면 월등한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팬들 사이에 큰 잡음 없이 조용히 제 몫을 해온 박을운이 지난 8월 데뷔초반 빡셌던 모습을 뒤늦게 다시 보여 준 계기는 분명 있었을 테다.

 

무주공산이었던 지난 5,6,7월이 끝나고 승수 1,2위를 다투던 문세영과 페로비치가 돌아온 지난 8월에 두 기수를 제치고 우승을 6개 챙겨 선두에 나서면서 박을운은 조교사들의 독수리 같은 매서운 눈길을 벗어날 수 없었다. 포착되었다. 조교사들도 용병술 중 가장 으뜸으로 어느 기수를 어느 경주마에 기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독사의 눈으로 경주 때마다 기수들을 훑어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평소 돈독하게 지내며 주전기수처럼 말몰이를 하는 특급 기수에게 콜을 보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교사들은 더더욱 부상할 조짐을 보이는 기수를 먼저 낚아채야 한다.

 

일테면 승부를 펼쳐야하는 경주마의 잔등에 탄탄한 기수를 태우는 것은 조교사의 몫이다. 조교사의 능력 평가에 적용된다. 성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연급 배우가 계속 주연을 맡는 것은 시나리오가 좋은 드라마나 영화를 골라가며 출연하기 때문이듯이 조교사들의 신뢰를 받아야 기수는 능력마의 잔등에서 채찍을 뽑을 수 있다. 때문에 좋은 경주마와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 갈 수 있다. 8월 첫 주부터 9월 둘째 주까지 문세영과 우승 8개에 2위 4개로 동율 1위에 올랐으나 복승률은 오히려 문세영을 앞섰다.

 

아직은 문세영의 기승 기회에 비해 훨씬 적었으나 입상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모든 조교사들이 눈독을 들여 적정한 경주마와의 기승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무명가수 생활을 20여년이나 끈질기게 버텼던 배일호가 일약 유명 대중가수가 된 것은 단 한 번의 조용필 생방송 펑크 때 땜질 출연을 해 얻어낸 것처럼 박을운도 지난 8월의 좋은 성적을 발판으로 긴 무명 기수의 설움을 강단 있고 정직한 말몰이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간 드러나지 않고 중간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왔던 그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드러운 말몰이로 경마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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