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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 경마 기수의 세계

기사입력| 2020-02-27T16:06:01
김귀배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우리나라의 4대 프로 스포츠라고 하면 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꼽는다. 프로야구는 800만 명, 프로축구는 250만 명, 프로농구 80만 명, 프로배구 60만 명의 관중이 매년 경기장을 찾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높은 수입을 받는 만큼 프로 스포츠 선수에 대한 직업 선호도 또한 높다. 2019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는 운동선수가 차지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크리에이터'보다도 높은 순위다.

프로 스포츠 선수를 희망하는 이는 많지만 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할 수 있는 숨은 보석 같은 분야가 있다. 바로 경마다. 경마는 매년 약 1300만 명의 팬들이 찾는 우리나라 최대의 관람 스포츠다. 이러한 경마 경기에서 말에 올라 달리는 선수를 우리는 기수(jockey)라고 부른다. 낯선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 선수'인 기수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선수들과 비교해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프로 선수는 엄격한 양성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억대 연봉'의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 숫자로 나타나는 데이터부터 어려운 난이도를 증명한다. 일례로 초등학생에서 성인 축구 선수로 성장했을 때(2015년 기준) 국가대표급 선수로 활약할 확률을 1% 미만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프로 1군 선수로 범위를 넓혀 봐도 3~4% 수준으로 그 만큼 어렵고 뚫기 힘든 시장이다.

과정도 험난하다. 만약 운동에 재능을 보여 또래 중에 월등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는 운동 특기생으로 학교생활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훌륭한 코치로부터의 교습, 더 우승 가능성이 높은 학교로의 진학을 이뤄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마친다고 해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프로 선수로 선발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역(逆)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최종적으로 각 구단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아마추어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10년 넘게 달려온 선수 생활을 끝으로 은퇴라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을 거치고 힘든 과정을 겪어 내야만 한다. 경마 기수로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마의 고유한 속성에 기인하는 차이가 존재한다.

기수는 말에 되도록 적은 무게를 지워야 하는 특성상 '신장 1m68 이하, 체중 49㎏ 이하'라는 신체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유년기부터의 준비 과정이 크게 필요치 않고 신체조건만 맞으면 오히려 다른 종목보다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은 어렵지 않다.

기수가 되는 절차도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아카데미에 입교한 후 과정을 수료해 면허를 취득하거나 미국, 호주 등 외국 유학을 통해서도 프로 기수가 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그러나 일류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데뷔 이후에도 엄격한 자기관리와 경주마에 대한 특징 분석 등 끊임없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프로 선수는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말한다

무한한 경쟁과 시험들을 거쳐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철저하고,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일례로 프로 스포츠의 경기 운영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시행기관에 해당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이 구단 설립 승인을 완료하고 해당 구단들은 각각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을 확보한다. 해당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계약 기간 동안 구단에 소속되어 다른 팀 선수들과 경기를 진행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우수한 활약을 보여 준 코칭스태프나 선수는 다음 계약에서 보다 나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반면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수 활동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 현재 10개 구단에 580명 정도의 선수가 있다. 높은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경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승을 위해 좋은 말을 준비한 마주(구단주)는 높은 기량을 가진 기수와 짝을 이루어 경주에 출전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우승 횟수가 많은 스타 기수들은 그만큼 출전기회가 많아진다. 반면, 기량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 선수들은 적은 횟수의 출전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경마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달리 2군도 2부리그도 없다. 그 만큼 안정적인 활동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프로 선수는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 50전 50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미국의 권투 선수 메이웨더가 남긴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스포츠 선수라도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 성과가 꾸준히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 프로 선수들의 경우 최저 연봉 수준이 3000만원 내외이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의 2018년 임금근로자 연봉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봉은 3634만원으로 구기 스포츠 선수들의 최저 연봉 수준은 이것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마 기수들은 정상적으로만 활동 시에 성적과 관계없이 최소 4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보장받는다. 더욱이 금년도에는 경마제도 개선을 통해 최소 5000만원 이상의 수입이 보장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저 수준 말고 평균 소득은 어떨까. 서울과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활약하는 기수들은 총 90명 정도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2000만원 수준이다. 최고 수준의 기수는 연 5억 원 이상이다. 최저와 최고의 소득 차이는 약 10배 남짓한 수준이다. 반면 야구(최고연봉 25억 원), 축구(최고연봉 14억 3500만원), 농구(최고연봉 12억 7900만)의 선수간 연봉 격차는 수 십배 수준이다. 샐러리캡이 적용되는 프로농구의 경우 팀내 최고 연봉자의 연봉이 전체 연봉의 50%에 육박하기도 한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비중도 기수들이 압도적으로 높다. 총 90명 중 54명(60%)이 연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는데 이는 평균 20~30% 내외인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서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선수들이 전하는 한마디 '오래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년 은퇴선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의 평균 은퇴나이는 23세로 일반인 평균 49세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물론 꾸준한 자기관리와 트레이닝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선수 또한 존재하지만 100세 시대인 지금을 감안하면 은퇴 시기가 매우 빠르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반지의 제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안정환은 36살까지 활동하다가 2012년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축구 무대에서 선수 평균연령 25.7세다.

경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현재 최고령 경마기수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귀배 기수인데 그는 만 58세다. 기수 경력 42년차의 베테랑 기수이다. '경마 대통령' 박태종 기수는 55세, '과천벌 황태자' 문세영 기수는 이미 40세가 넘었다. 심지어 헝가리에서는 '팔칼라이' 기수가 73세까지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영원한 현역 김귀배 기수는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스타 기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승 횟수는 적었고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도 해 경기에 출전 기회조차 자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스타 선수들이 자기관리를 못해 슬럼프에 빠질 때에도 꾸준하고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켰다. 그는 오히려 50대에 들어서며 많은 우승을 차지해 '귀배의 회춘'이라는 칭송이 팬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현재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주마 훈련에 집중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조교전문 기수'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김귀배 기수는 지난해 자신의 데뷔 40주년 기념행사에서 "힘든 순간도 많았고 나쁜 유혹도 있었지만, 다시 태어나도 기수가 될 것이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말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온 프로만이 전할 수 있는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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