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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돌콩', '티즈플랜', '독도지기'… 각양각색 경주마 이름의 비밀

기사입력| 2021-04-09T06:30:44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단의 새로운 이름이 무엇이 될지가 스포츠계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스포츠 구단들은 각 연고지의 다양한 특징을 살려 이름을 짓는다. 특징이 곧 이름이 되고, 그 이름은 구단의 '정체성'이 된다. 팬들은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팀과 하나가 된다. 경마 스포츠에도 팬들이 목 놓아 부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마의 마명이다. 경마라는 스포츠의 선수인 경주마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당대불패와 정영식 마주.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이름 값'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은 마명들, 무엇이 있을까

말이 혈통등록이 되고 만 1세가 지나면 말의 소유주는 말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경주마의 마명은 한국마사회의 '더러브렛 등록 규정'에 따라 한글 기준 여백 없이 6자 이내여야 한다. 이 '6자' 안에서 마주들은 자식 이름을 짓는 것만큼이나 마명을 고민한다. 자라면서 다치지 않기를, 경주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우승에 대한 열망을 담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경주마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부터 자식과 같은 애착이 형성된다.

이렇게 마주들이 고민한 만큼 '이름 값'하는 경주마도 많다. 부경 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당대불패'는 이름대로 당대에 불패하는 신화를 보여줬다. 대통령배(GⅠ, 2000m)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1800m), 경상남도지사배(GⅢ,1800m) 대상경주와 함께 3세 시절 출전한 모든 일반경주에서 불패했다. 이후에도 뚝섬배(GⅢ,1400m), 오너스컵(GⅢ,2000m) 등 대상경주 우승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대통령배는 3년 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바이월드컵 결승 예시중인 돌콩과 이태인마주.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최강 암말이라 불리는 '감동의바다'는 그야말로 감동을 바다만큼 안겨줬다. 경주마로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3세 때, 무려 최고 경주 그랑프리(GⅠ,2300m)를 우승한 이변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감동의바다'는 그랑프리 경주에서 최근 20년 동안 유일한 암말 우승마이고, 한국경마가 전산화된 85년 이래 6번째 암말 우승마다.

경매 당시 체구가 작고 인기가 없어 강하고 끈기 있는 경주마로 성장하길 바라며 이름 지었다는 '돌콩' 역시 먼 나라 두바이까지 원정을 가 한국 경주마 최초로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돌처럼 단단한' 명마로 성장했다. 최근 어마어마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경주마 '어마어마',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1400m 신기록을 세운 '쏜살'도 이름 값 하고 있는 경주마라 할 수 있다.

한편, 2008·2009년, 2년 연속 '그랑프리(GⅠ,2300m) 우승마인 '동반의강자'는 '동방의강자'로 마명을 등록하려다 오타 실수로 동반의 강자가 되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경주마 이름을 보면 마주·혈통이 보인다

마주들의 특성을 드러내는 이름도 많다. '슈퍼삭스', '아이언삭스' 등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총 18두의 '삭스들'이 있다. 국내외 유수 의류 브랜드에 양말을 납품하는 양말 전문기업 대표인 김창식 마주는 양말과 경주마에 대한 사랑과 끈기를 담아 이름을 짓기로 유명하다. '갓오브삭스', '핵삭스' 같은 강력한 삭스부터 '플로리다삭스', '오클랜드삭스'등 경주마의 산지를 붙인 삭스도 있다. 지자체가 마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천시청의 '이천쌀', 영천시청의 '최강영천'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백광 은퇴식에 참여한 故이수홍, 황영금 마주내외(왼쪽부터).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주의 신념이나 소망을 담은 마명도 있다. 16전 출전해서 8번을 우승한 '독도지기'는 우리 땅 독도를 지키고픈 마음을 담뿍 담은 마명이다. 황영금 마주의 말인데, 황영금 마주의 '독도사랑'도 지난해 6월 서울 경마공원에서 데뷔했다. 황영금 마주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마명에 담아왔다. 얼마 전 경주마에서 퇴역 후 승용마로 새 마생을 시작한 '광복칠십' 역시 황영금 마주와 그 남편 故 이수홍 마주가 아끼던 말이었다.

황영금 마주는 이수홍 마주와 함께 지난 27년 동안 마주활동을 해온 국내 최고령 원로이자 '말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존경받는 마주다. 황영금 마주는 "말은 저희에게 가족과 같아요. 가족회의를 통해 이름을 지어요. 남편이 생전 남북통일이나 독도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나라사랑에 큰 뜻을 갖고 계셔 말 이름에도 우리의 염원을 담았죠"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 부부는 경주마 '백광'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국내 최초로 동물명의 기부를 하며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인 만큼 잘 달리는 부마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름에 '메니'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모두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이다. '티즈'계열 역시 미국 유명 씨수말 'TIZNOW(티즈나우)'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즈플랜' 역시 부마인 '티즈나우'의 앞 두 글자와 모마인 '어뮤징플랜'의 뒤 두 글자를 따와 이름 지어졌다.

한해에 경주마로 입사하는 더러브렛은 약 1500두. 모두 각자의 소망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달고 마생을 시작한다. '이름'은 그 존재를 나타내는 단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름'은 글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경주마든 사람이든 의미 없이 지어진 이름은 없다. 세상 모든 '이름'들이 그 속에 품고 있는 가치를 빛내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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